[Fiction] Smells like Satoshi spirit 2부(5부작) // 사토시 영혼의 냄새가 나(2/5) v1.3

  죠셉의 입에서 탄식하듯 내뱉은 '사토시 스캔들'은, 유명한 블록체인개발자를 시작으로 자신이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주장하는 자들이 하나둘씩 살해를 당한 연쇄살인사건과 관련되어있다. 살인 방식이 잔인하기도 했지만 살인현장이 미국, 중국, 유럽 등 한곳에 모여있지 않고 '분산'되어있었다. 이에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왠지모르게 열광한 반면, 국가의 수사기관은 연속된 살인에 무기력함을 스스로 드러내자, 곧바로 전세계적인 공조를 벌여 추적을 하기 시작하였다. 같은 시기에 죠셉은 특유의 동물적인 감각과 집요한 조사 덕분에 살인범을 '진짜 사토시'로 지목하고 입증하는 쾌거를 이뤘고, 그때 당시 냈던 특종기사가 아침에 방바닥에 나뒹군 기사였다.


  그 특종 덕분에 죠셉은 일약 스타 언론인이 됨은 물론, 등록관청에 개인토큰을 등록하자마자 기준토큰-개인토큰환율이 급등하였고 자신의 이름을 건 1인 미디어사까지 설립하여 유명언론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공조한 수사기관들이 사건해결은 커녕 스캔들의 들러리로 전락해버리자, 수사와 관련된 국가들의 정부와 당국은 오히려 죠셉을 깍아내렸고 심지어 그를 연쇄살인범 누명을 씌웠다. 죠셉이 인기와 핍박에 천국과 지옥을 한창 오갈때쯤, 합동수사 당국은 연쇄살인범으로 추정되는 자의 위치를 파악하여 포위망을 좁혀갔고, 결국 용의자는 비트코인이 100만개 담긴 사토시 지갑의 프라이빗키를 적은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그렇게 세기의 스캔들은 일단락 되었고 죠셉은 누명이 벗겨짐과 동시에 한동안 이슈메이커로 남았다. 비트코인은 그 스캔들 이후로 역대 최고점을 향한 마지막 상승랠리를 기록하였다.

  "그때부터였지, 비트코인이 마지막 힘을 다한게,,,"

  "네? 방금 뭐라고 했어요?"

  "아냐, 별거 아니다. 다 먹었으면 나가자"

  죠셉은 답답한듯 후배와 함께 밖으로 나섰다.

  연이틀 후배와 지적 공유의 시간을 지내고 나서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죠셉은 자주 가는 바에 들러 자기가 좋아하는 자리에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신청해 들었다. 그렇게 멍 때리는 것도 잠시, 다시 잡념이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그놈의 자존심때문에 자신이 씹다뱉은 껌 취급 받는게 죽기보다 싫었다. 더 짜증나는건 죠셉 본인의 개인토큰환율이 야금야금 하락하는 것을 지켜볼수밖에는 현실이다.
  개인토큰제도(Individual token sysyem)가 생긴건 오래되지 않았지만, 있는 자들 위주로 수요가 폭발하면서 하나의 글로벌 트렌드가 되었다. 현재는 국가별로 본격적인 토큰경제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금융당국의 심사를 통해 영향력있는 인물들부터 국가토큰과 연동되는 개인토큰을 만들수 있었고 이 개인토큰들은 국가토큰과 실시간 환율대로 가치가 매겨졌다. 국가토큰은 해당 국가의 근로자 보수의 중간값을 기준으로 하기에 환율이 1보다 높으면 중산층 이상을 의미하고 1보다 낮으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당국의 규정을 준수하면, 그 개인토큰을 기반으로 스테이킹, 대출, 배당 등 다양한 비지니스 모델을 구축할수 있다. 그야말로 개개인이 하나의 작은 경제주체가 되었고 영향력이 큰 개인이나 법인들은 하나의 은행이나 금융시스템에 버금가는 시대가 온것이다.

  '0.65382139'

  죠셉의 스마트 와치 화면에서 그의 개인토큰환율이 깜빡였다. 특종기사로 이름을 날린 이후에는 이보다 10배가 넘었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근히 삶을 버티는 이유는 언젠가는 커리어로든 경제적으로든 또다른 대박을 터뜨릴수있다는 실낱같은 희망과 헨리같이 자기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 후배인 헨리는, 유명한 사업가가 조직한 탈중앙화 자율조직(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DAO)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다. 사람들이 과거에는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정체성을 가졌다면, 현재는 그 뿐 아니라 각자가 속하는 토큰 커뮤니티로부터 또다른 정체성을 갖게되었다. 참여자들은 같은 커뮤니티라는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국적, 종교 등과는 별개로 사회적 활동을 하기도 하고, 특히 토큰에 기반한 경제적 소비활동도 하고 있다.

  죠셉은 갑자기 헨리가 보고싶었지만 이번만큼은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쪼그라들대로 쪼그라든 자존심을 애써 외면하면서, 오랜만에 칼럼 하나를 작성하기 위해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냈다. 살짝 취기가 올라와서일까, 왠지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명성과 익명성이 낳은 현금으로의 회귀, 우연인가 필연인가」 

  2009년 초 등장한 비트코인은 '가명성'이라는 가면 덕분에, 거래 참여자가 누구라고 특정지을수 없지만 분산원장을 통해 추적이 가능한 암호화폐의 길이 열렸다. 하지만 그 '가명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개인정보보호욕구를 자극하면서 '익명성'으로 진화하였고, 결국엔 발달된 전산암호학과 거대한 토큰경제가 결합되어 누구나 갖고싶어했던 스위스계좌가 개개인의 디지털 지갑속까지 들어간듯한 시대가 도래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익명거래를 한다해도 기술적 결함이 발생되거나 중앙화거래소를 이용하는 순간, 그 익명성이 해제되면서 거래내역이 노출될 수 있다.
  한편, 거래 추적 불가능은 없을것이라는 정부는 철저한 추적 시스템을 구축하여 토큰세상을 여는 마스터키를 확보했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그 판단과는 반대로 토큰경제가 전 세대의 일상속에 상당히 스며들때쯤, 익명성기술을 탑재한 토큰체제 큰 문제없이 토큰경제의 효용성을 세상에 전파하였고, 장기간 연구와 모니터링을 해온 주요 국가들은 통제불가능한 익명성과 토큰경제체제를 그대로 놔뒀다가는 기존 기득권에 득보단 독이 될거라고 결론내리고 견제하기로 마음먹는다. 이 사활을 건 견제는 의외의 파장을 일으키는데, 바로 구세대와 신세대간 갈등이다.



  아직까지 현금이 익숙한 구세대는 정부에 대한 반발과 익숙함 때문에 그에 대한 반발로 현금으로의 회귀를 시작했고, 태어날때부터 토큰이 곧 일상화폐라고 인식한 신세대는 그런 구세대를 조롱하며 정부가 견제할수록 토큰을 더욱 사용하였다. 그런데 그때쯤 우연찮게 익명성 프로토콜의 치명적인 결함이 발생하였고 비슷한 시기에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의 최대 거품이 빠지자 일대 혼란이 일어난다. 결론적으로, 안전하고 투명하면서도 개인정보를 보호할수 있으리다 여겼던 '가명성'과 '익명성'에 기인한 탈중앙화 토큰에 대한 신뢰와 지지에 균열이 생겼고, 그나마 브랜드가치가 높았던 주요 암호화폐들은 살아남아 무정부주의자들의 자산보존수단으로 전락해버렸다. 그와 동시에 주요 국가들은 기다렸다는듯이 국가토큰경제시스템을 속속 도입하여 혼란스러운 경제시스템에 믿을수 있는 자산은 국가토큰뿐이라며 선전과 홍보에 열을 올렸고, 일상속 토큰은 물론 익명성 토큰 역시 정부주도로 기술개발되고 있는 현재에 이르렀다. 이 모든 과정에서 일어난 의심스러운 사건과 사고들이 생긴 것은 단순 우연인걸까 아니면 언젠간 일어났을 필연적인 걸까.


  간만에 칼럼작성이 힘들었는지 아니면 취기가 확 올랐는지 집중력이 흐트려졌고, 탈고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계산을 마치고 바를 나섰다. 금요일 밤인지 밤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았고, 죠셉은 인파속을 지나 집으로 성큼성큼 향했다. 이제는 인파 속 사람들 중 누구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그는 여전히 그 당시의 본인과 대중을 기억한다. 사토시 스캔들 이후, 대중은 죠셉에게 더 자극적이고 음모론적인 가십성 기사를 기대하였고, 그는 자신의 뜻대로 올곧게 미디어활동을 하는 이상과는 달리, 대중에게 잊혀지지 않기 위해 본능적으로 관심끌기용 기사들을 쏟아내기 시작하였다.
  그게 잘못된 판단이었을까. 암호화폐의 거품이 빠지고 나자 그의 전성기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과거 존재했던 수많은 토큰들처럼 죠셉 역시 지속가능한 매력을 보여주지 못한 탓에 본인의 가치가 떨어진 셈이다. 그래도 오늘 밤은 간만에 글을 작성해서인지 옛날로 돌아간것 같은 기분과 함께 왠지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자신의 이런 기분을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는 듯, 길가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또다시 상념에 잠긴다.

  현재의 비트코인의 상징성과 파급력이 예전과 비교할때 상당히 몰락했다고 하지만, 어찌보면 언젠간 도래할 '영광의 하산'을 한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비트코인이 보여줄수 있는 가치와 가능성을 보여줄만큼 보여준 덕분에, 다른 프로젝트들이 시행착오를 덜 겪으며 더 빠른 속도로 빛을 발할수 있었고 그 모든게 큰 산업으로 발전하여, 킬러디앱(Killer Dapp)의 등장과 토큰의 대중적 수용(Mass adoption) 덕분에 전세게 경제금융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왜 영광의 하산을 했냐'는 것이다. 그 이유는 하나에 있지 않고 여러가지 이유가 뒤섞여 특정 시점에 터졌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우선, 분명 존재했지만 동시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토시가 알고보니 잔인한 인물로 밝혀진 '사토시 스캔들'도 이유가 되었다. 혹자는 자살한 살인범 곁에 남겨진 사토시 지갑의 프라이빗키가 적힌 유서는 정부나 당국이 조작한 것이고, 진짜 범인은 분명 기득권층의 꼭두각시라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분명한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머릿속에 사토시는 잔인한 존재로 각인되었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토큰의 양면성' 때문이다. 인터넷을 예를 들면, 인터넷은 과거에 즉각적 뉴스 제공하고 빅데이터를 탄생케한 혁신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묻혔을 각종 사건, 사고가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에 빠르게 퍼지면서, 결국 세상은 폭력이 만연하므로 오직 힘으로 이 혼란을 잠재워야 한다는 정치적 선전도구로 전락해버렸다. 그런데 인터넷 이상으로 파급력 있고 활용성이 좋은 블록체인은 기존의 인터넷과 같이 거대한 분산 네트워크이자 즉각적인 디지털 커뮤니티를 구축하기도 했지만 토큰이라는 특수한 경제 메커니즘 역시 지녔다. 다만, 이 특성때문에 인간의 탐욕과 군중심리와 결합되어 전에 없던 새로운 전체주의(Neo Totalitarianism)가 촉발되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국제정서가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면서 늘어난 비트코인의 과격추종자들과 무정부주의자들이 서로 동질감을 느끼면서 그들만의 정신적 결속을 다졌고, 비트코인을 포함한 토큰들을 그들의 활동의 경제적 기반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국적을 초월한 전체주의 커뮤니티는 그림자 거버넌스의 교묘한 선동에 자극을 받아, 열혈 추종자 위주로 곳곳에서 유혈사태와 테러를 일으키면서 결국 그들 스스로 사토시 정신의 한계를 그어버렸다. 그러자 사토시는 역시 살인자 우두머리라는 사람들의 부정적 인식만 짙어졌다.
  그런데 영광의 하산의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거품'이 빠진것이다. 사토시가 끝내 자살한 연쇄살인범이라고 드러나면서, 비트코인은 한동안 사상 최고의 상승랠리를 기록한 뒤, ASIC채굴집단 등 암호화폐 기득권들간의 끝 모르는 정치적 다툼에 의해 네트워크 보안이 취약해졌고 그때쯤 그의 프라이빗키를 통해 획득한 '사토시 자산'인 100만개의 비트코인을 시장에 뿌려지면서 역대 최고 거품이 인류사에 기록되었다.

  죠셉은 주마등처럼 과거 자신이 취재해온 비트코인의 흥망성쇠를 생각하니 정신이 갑자기 혼란스러워졌고, 급 피곤해졌다. 한때 달러는 물론 금마저 대체할거라는 기대를 품게했던 비트코인의 역사가 왠지 자신의 인생역사와 오버래핑되는 것같아 묘한 동질감이 들었다.
  씁쓸한 마음을 안고 집 앞에 도착하여 현관문을 열때, 문 아래 틈으로 뭔가가 보였다. 서류봉투 하나가 문 아래 틈에 끼워져 있는 것을 보였고 고개를 서서히 숙이며 그 정체가 뭔지 파악하기 시작했다. 혹시 헨리가 뭘 놓고 갔나 아니면 구독하지도 않은 신문을 찔러놨나라는 생각을 하며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봉투 모서리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문구 몇개가 눈에 띄였다. '최고급 기밀'이라는 글자와 함께 그 바로 아래에 네 글자가 적혀있었다.

  'L.U.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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